Issue No.9 | Apr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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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능인의 리추얼 리스트
조회수 : 18
NEW WORKERS ISSUE 09

정혜윤 마케터, 작가

하루를 단단히 붙잡아주는 작은 습관들이 있다. 이불을 정리하고, 음악을 틀며 매일 같은 방식으로 아침을 여는 일. ‘다능인’ 정혜윤에게 리추얼은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자유를 열어주는 장치이다. 여러 개의 삶을 동시에 살아가는 그녀에게 자신만의 리듬으로 일하고 생활하는 방식에 관해 물었다.

디렉터 김현지 | 에디터 김수정 | 포토그래퍼 김장호

자유를 지켜주는 작은 루틴들

“프리 워커로 일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필요해요.
루틴이 하루의 중심을 잡아주거든요.”

만나서 반가워요. 스스로를 ‘다능인’이라고 소개하고 있죠.

마케터이자 작가, 다능인 플랫폼 ‘사이드 콜렉티브’를 운영하고 있는 정혜윤입니다. 다능인은 스스로를 하나의 정체성으로 제한 짓지 않고 여러 분야를 탐험해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10년 동안 6개의 회사를 경험했고, 마케팅 안에서도 다양한 일을 해왔어요. 2020년 회사를 그만두면서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지금은 그때 바라던 모습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어요.

‘융지트’와 ‘융지투’는 어떻게 만들게 된 거예요?

‘융지트’는 장기 연애, 집, 회사로부터 독립한 뒤 꾸린 공간이에요. 정체성이 흔들리던 시기에 이곳을 꾸미면서 스스로 선명해지는 기분을 느꼈어요. 제일 먼저 들여온 가구는 파란 피아노예요. 할머니에게 물려받아 어릴 때부터 치던 피아노죠. 가장 아끼는 공간은 턴테이블과 LP가 있는 구역이에요. 유재하, 김현식 LP가 3,000원이던 시절에 풍물시장과 중고 가게를 돌아다니며 하나씩 모았어요. 한강이 보이는 ‘융지투’는 그림 작업실이에요. 아날로그가 콘셉트라 인터넷을 일부러 두지 않고, 로그아웃한 채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어요.

평소 하루는 어떤 리듬으로 흘러가나요?

프리랜서지만 꽤 규칙적인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을 마시고 이불을 정리한 뒤 명상을 해요. 명상이 끝나면 <마녀배달부 키키> OST인 히사이시 조의 ‘바다가 보이는 마을’을 들으며 본격적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6년째 이어오고 있는 모닝 루틴이죠. 자유롭게 일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저에게는 루틴이 시스템과도 같거든요. 어디에서든 같은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일이 제 정신과 하루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어요.

모닝 루틴을 마치면 바로 업무 모드에 들어가요. 동료들과 함께 쓰는 온라인 채널 디스코드에 체크인해서 오늘 하루 집중할 일들을 공유하고, 메일을 확인한 뒤 일을 시작해요. 오후에는 전시에 가기도 하고, 사무실로 출근하기도 해요. 여유가 있으면 요가원에도 가고요. 최근에는 검무를 시작해서 일주일에 하루 정도 주기적으로 배우고 있어요.

일하기 좋은 도시나 공간을 고르는 기준이 있을까요?

서울에서도 충분히 할 것이 많아서, 해외의 대도시보다는 물질세계에서 잠시 벗어나 영적 세계에 가까워질 수 있는 곳을 찾게 돼요. 발리 우붓도 그래서 좋아하게 됐어요. 2017년에 처음 갔는데, 그때 묵었던 숙소 사람들과 친해져서 제2의 집처럼 자주 가게 됐죠. 동료들과 함께 간 적도 있고, 한 달 살기를 하며 요가 지도자 과정을 수련하기도 했어요. 늘 같은 방에 머물면서 우붓의 전경과 바투르산 뷰를 바라보는 걸 좋아해요. 타국이지만 융지트만큼이나 편안해서, 그 방에 들어가면 ‘돌아왔다’라는 감각이 들어요.

당장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일상의 해상도를 높이는 리추얼이 있을까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음악을 들으면서 글 쓰는 시간을 좋아해요. 6년 동안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만들기’라는 리추얼 모임을 꾸리기도 했죠. 초록 식물들을 보고 가꾸면서 일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도 좋아하고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안 가봤던 공간이나 골목을 찾아가 보는 것도 추천해요. 저는 종로구를 좋아하는데, 그곳을 걷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리듬이 생겨요. 일상에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낭만을 더하는 순간 일상이 환기되는 것 같아요.

자기다움을 입는다는 것

“편안하고 나다운 옷을 입는 것만으로도
일과 일상의 만족도가 높아져요.”

‘멋’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시죠. 혜윤 님이 생각하는 ‘멋’이란 어떤 건가요?

저에게 멋은 단순히 예쁘고 감각적인 것을 넘어, ‘얼마나 자기다운가’에 가까운 듯해요. 자신만의 스타일과 개성에 맞게 옷 입는 사람들을 동경하고 애정해요. 평소 블루 톤의 옷을 좋아하고 즐겨 입는데요, 지금 입은 마인드브릿지 옷들의 은은한 색감도 무척 마음에 들어요.

어느 도시에 가든 꼭 챙기는 아이템이 있나요?

아무래도 해외에서는 조금 더 과감하게 입는 편인데요. 빠지지 않고 챙기는 건 주로 액세서리류예요. (중략) 가볍고 튼튼한 무용 책가방이나 에코백을 자주 들고 다녀요.

다능인, 프리 워커로서 혜윤 님의
스타일링 팁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레이어드 스타일을 좋아해요. 최근에는 요가에 빠져 있어서, 요가복 위에 일상복을 겹쳐 입는 식으로 자유롭게 레이어링해요. 언제 어디서든 간단하게 모드를 전환할 수 있어서 좋아요. 다능인으로서 여러 역할과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체력이 중요하거든요. 결국 나에게 편한 옷을 입는 것이 일과 일상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혜윤 님이 생각하는 ‘출근룩’은 어떤 건가요?

저에게 출근은 카페일 수도, 스튜디오일 수도, 미팅 장소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출근룩'이라고 하면 정장보다는, 어디로 향하든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옷이에요. 깔끔하지만 너무 딱딱하지 않고, 움직임이 편하면서도 나답게 보이는 옷. 결국 출근룩도 일상복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해요. 장소가 바뀌어도 나는 그대로니까요.

요즘 혜윤 님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무엇인가요?

빠른 리듬으로 흘러가는 일을 하고 있지만, 자신만의 속도로 느리게 걸어가는 것들에 자주 시선이 가요. 분주하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의도적으로 속도를 지키고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여요. 저 역시 아무리 바빠도 저만의 차분함이나 리듬을 잃고 싶지 않아요.

어디서든 나로 살아가기 위해

“오래 이어온 리추얼을 잘 지키면서, 저만의 속도로 제 삶을 차분히 꾸려가고 싶어요.”

여러 세계를 넘나드는 삶이 가능한 것은 자신만의 중심을 단단히 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소한 리추얼들이 모여 정혜윤이라는 고유한 세계를 지탱하고 있다. 어디서든 나답게, 자신만의 보폭으로 걸어갈 그녀의 내일을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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