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기덕 아이로믹스 대표
인디 밴드에서 AI 아이돌 프로듀서까지.
류기덕은 자신이 사랑한 세계의 가장자리를 성실히 넓혀왔다.
그 출발은 어린 시절 마음을 단숨에 빼앗겼던 음악과 애니메이션.
현실 너머를 상상하던 자유로운 감각과 겹겹이 쌓아온
취향의 시간들은 그렇게 그의 세계가 되었다.
10년마다 반경을 넓히는 사람
류기덕의 시간은 직선이라기보다 나선에 가깝다.
밴드 언니네 이발관, 게임 회사 부사장,
EDM DJ를 거쳐 지금의 AI 아이돌 프로듀서에 이르기까지.
전혀 다른 분야를 건너온 듯
보이지만, 나선을 따라온 그의 감각만은 한 번도 끊긴 적이 없다.
10년에 한 번씩 커리어를 전환하며 세계를 넓혀온 그는
그 선택들을 '리셋'이 아니라 '확장'이라 부른다.
"회사에 다니며 언니네 이발관으로 활동했어요.
그때는 모든 곡을 직접 만드는 밴드가 많지 않았는데,
저희는 앨범 대부분을 직접 만들었죠.
그 덕분에 더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활동을 하면 할수록 깨달았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것과
그것을 직업으로 삼는 일은 다르다는 걸요.
연주자로 평생 살아갈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밴드를 떠나
그래픽 아티스트의 길을 택했어요."

홍대의 작은 무대에서 관객과 눈을 맞추던 퇴근 후의 시간을 뒤로하고 그는 게임 회사에서 몇 년을 먹고 자며 보냈다. '워라밸'이라는 단어조차 낯설던 시절. 그러나 그는 그 시간을 버텨낸 시간이 아니라 깊이 몰두한 시간으로 기억한다.
"이상하게도 힘들지 않았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다만 임원이 되고 나서는 제 손으로 무언가를 직접 만드는 시간이 줄어들어 아쉬웠죠. 그러다 우연히 클릭 몇 번으로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앱을 발견했고, 다시 음악이 하고 싶어졌어요. 안정적인 자리를 내려놓는 선택이었지만, 오랜만에 제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기쁨이 훨씬 컸습니다."

이토록 과감한 도전과 변화를 이어올 수 있는 힘은 거창한 결심보다는 소박한 순간들에서 나온다. 그는 매일의 영감을 위해 작지만 단단한 루틴을 하루의 틈 사이에 조심스레 끼워 넣는다.
"일부러 감각을 환기하는 시간을 만들어요. 오래된 LP를 만지거나 아이와 레트로 게임을 하며 웃음을 나누죠. 작업실 앞을 천천히 걷다 보면 생각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번져가기도 하고요. 디지털 작업을 오래 할수록, 오히려 아날로그 감각을 일부러 찾게 돼요."

한 뼘 더 나아간 세상을 향한 동경
그의 취향은 어린 시절부터 또렷했다.
건담과 마이클 잭슨이 그 출발점이다.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설계된 퍼포먼스, 캐릭터마다 서사가 있는 세계관, 현실을 살짝 벗어난 과장된 장면들. 그는 언제나 일상 바깥의 세계를 동경하던 아이였다.
록과 메탈, 일본 아이돌, 서브컬처로 취향은 자연스럽게 확장됐고,
겹겹이 쌓인 취향이 지금의 감각을 만들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 차에서 들었던 마이클 잭슨의 음악은 이 세상 음악 같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었어요. 건담도 마찬가지였죠. 단순한 만화가 아니라 캐릭터마다 서사와 세계관이 있었으니까요.
무언가를 좋아하면 깊게 파고드는 편이었어요. 프라모델을 만들다가 직접 설계도를 그릴 정도였죠. 그러다 어느 순간 이 정도면 됐다 싶으면 미련 없이 떠나는 편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한 가지에 머무르기보다 다양한 장르를 좋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지금도 새로운 흐름을 유연하게 관찰한다. 감각이 무뎌지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주변을 살핀다.
"흐름을 놓치면 금방 낡아 보여요. 일부러 플레이리스트를 바꾸고, 낯선 스타일을 경험해 보기도 해요. 요즘은 가벼운 셔츠나 캐주얼 재킷을 주로 입어요. 복잡한 옷보다는 몸이 자유로운 옷이 좋거든요. 다만 뭐든 억지로 따라가지는 않아요. 제 취향과 만나는 지점이 있을 때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죠. 소화되지 않은 취향은 오래가지 않더라고요.”
쌓아온 취향이 모여 닿은 곳, AI 아이돌
일과 취향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일상 속에서 유독 오래 마음에 남는 순간들이 있다.
"작업이 잘 풀리는 날의 기분, 혼자 음악을 듣는 시간, 아이들을 재우고 난 뒤 아내와 위스키 한 잔을 나누며 영화를 보는 밤이요. 대단하진 않지만 그런 시간들이 제 일상을 조금씩 제자리로 돌려놓아요."

그가 만드는 AI 버추얼 아이돌은 오래 쌓아온 취향이 한곳으로 모인 결과다.
어린 시절 마음을 붙잡았던 '현실보다 조금 더 과장된 세계'를 이제는 직접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었다.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 끝에, 지금은 좋아하는 것을 재료 삼아 자신만의 세계를 차분히 쌓아가고 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방식으로.
"AI 아이돌 프로듀싱은 제 취향이 한데 모여 만들어진 일 같아요. 어릴 때 좋아했던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있죠. 밴드도 게임도 그리고 AI도. 계획보다는 호기심이, 안정감보다는 재미가 저를 이끌어 왔어요.
10년 뒤에도 여전히 제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지금처럼 발길 닿는 곳 어디서든 자유롭게 머물며 일하고, 일상 속에서 영감을 채우는 삶의 방식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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